최근 국회에서 필리버스터(Filibuster)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며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를 막기 위한 소수당의 '비장의 카드'이자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 행위'인 필리버스터! 과연 필리버스터는 무엇이고,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어떤 규칙으로 진행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필리버스터란 무엇인가요? 🧐 (정의 및 어원)
필리버스터는 의회 안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소수파가 합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의사 진행을 고의로 방해하는 행위를 총칭합니다.
- 정의: 소수당이 법률이 정한 범위 내에서 무제한 토론 등을 요구하여 법안의 표결 및 통과를 지연시키거나 무산시키려는 정치적 전술입니다.
- 어원: 필리버스터는 16세기 **'해적'**이나 **'약탈자'**를 의미하는 스페인어 'filibustero'에서 유래했습니다. 이는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행위가 마치 의회 일정을 약탈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 핵심 목적: 단순한 시간 끌기가 아니라, 법안 처리 과정에서 소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국민적 여론을 환기시키며, 궁극적으로 다수당과의 타협을 유도하기 위함입니다.
2. 대한민국 국회의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
우리나라 국회에서는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를 '무제한 토론' 방식으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국회법 개정(국회선진화법 도입)을 통해 2012년에 재도입되었으며, 그 전에는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사실상 폐지된 바 있습니다.
| 구분 | 내용 |
| 명칭 | 무제한 토론 (필리버스터) |
| 요구 조건 |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이 서명한 요구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 |
| 토론 방식 | 의원 1인당 1회에 한정하여 토론할 수 있으며, 시간제한은 없음 |
| 규칙 | 의제와 관계없는 발언 금지 (미국 등과 차이), 토론 중 자리를 비우는 행위 금지 |
| 실제 전략 | 시간을 최대한 끌기 위해 관련 법률 조항이나 서적 등을 장시간 낭독하며 발언을 이어갑니다. |
3. 필리버스터, 어떻게 끝나고 법안은 어떻게 되나요? 🛑
필리버스터가 시작되었다고 해서 영원히 이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회법에 따라 필리버스터는 다음 세 가지 경우에 종결됩니다.
① 무제한 토론의 종결 조건
- 더 이상 토론할 의원이 없는 경우: 소수당이 토론 주자를 모두 소진한 경우 자동으로 종료됩니다.
-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
- **'종결 동의서'**가 국회의장에게 제출되면, 24시간이 지난 후 무기명 투표를 실시합니다.
- 재적 의원(현재 300명)의 5분의 3(18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강제 종료됩니다.
- 회기가 종료된 경우: 무제한 토론 중 해당 임시회나 정기회가 끝나는 '회기 종료' 시점에는 필리버스터가 자동 종결됩니다.
② 종결 이후 법안 처리
회기가 종료되어 필리버스터가 끝난 경우, 해당 안건은 바로 다음 회기에 지체 없이 표결에 부쳐집니다. 즉, 필리버스터는 법안 처리를 **'막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법안 처리를 다음 회기로 넘겨 국민적 여론을 수렴하고 다수당에 재협상의 압박을 가하는 것이죠.
4. 대한민국 헌정사 속 주요 필리버스터 사례 📜
대한민국 국회에서는 역사적으로 굵직한 필리버스터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 시기 | 주요 안건 | 주요 기록 |
| 1964년 |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 김대중 전 대통령, 5시간 19분 발언 (헌정사 최초) |
| 2016년 | 테러방지법 반대 | 야권 의원들이 총 192시간 진행 (역대 최장 기록, 이종걸 의원 12시간 31분 발언) |
| 2020년 | 공수처법, 국정원법 개정안 | 윤희숙 의원 12시간 47분 발언 (당시 최장 기록 경신) |
| 2024년 | 민생 회복 지원금 특별조치법 | 박수민 의원 15시간 50분 발언 (역대 최장 기록 경신) |
5. 필리버스터의 장단점
[ 장점 ]
- 정치적 협상력을 높여 민주적 절차를 지켜낼 수 있다.
- 다수당의 독주를 막고 소수 의견을 보장한다.
- 국민에게 직접 설명하는 창구가 될 수 있다.
[ 단점 ]
-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될 경우 정치 불신을 키울 수 있다
- 실제로는 법안 처리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단순한 시간 끌기로 국민 피로감을 유발할 수 있다.
6. 결론
필리버스터는 의회민주주의 안에서 소수의견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이자, 정치인들에게는 중요한 협상 카드로 쓰이는 도구입니다. 때로는 국민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하고, 정치적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상징적 행위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올바른 목적과 절차 속에서 활용된다면,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무분별한 필리버스터는 정치 불신만 키울 수 있습니다. 앞으로 뉴스에서 “필리버스터 돌입”이라는 말이 나오면, 단순히 ‘시간 끌기’가 아니라 그 이면의 의미와 전략을 생각해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되시길 바랍니다.
이번 국회 상황에서도 필리버스터가 반복 등장하고 있는데 이 제도의 배경과 절차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정치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